엔비디아 수석 과학자 ‘데이비드 커크’ 6년 만에 방한
TNT, G포스 시리즈 개발 이끈 ‘그래픽 카드의 역사’
“병렬 플랫폼 ‘CUDA’ 주목…CPU 역량 GPU가 보완”
“중앙처리장치(CPU)가 하기 부담스러웠던 고집적 연산, 이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도와줄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엔비디아(nVidia)의 수석 과학자인 ‘데이비드 커크(David Kirk)’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2002년 방한에 이어 약 6년만이다. 커크 박사는 지난 20년간 컴퓨터 그래픽 및 하드웨어 분야에 종사해온 세계적인 개발자다. 1997년 엔비디아에 합류한 뒤 RIVA 128, TNT를 비롯한 모든 지포스 시리즈 및 엔비디아 그래픽 핵심 기술을 이끈 주인공이다.
특히 그는 지난 2005년
한 해외 언론에서 스티븐 잡스(Steven Jobs), 스테판 워즈니악(Stephen Wozniak), 리차드 매튜 스톨만(Richard Matthew Stallman), 라이너스 토발드(Linus Torvalds), 팀 버너스 리(Tim Burners-Lee), 존 T 드레이퍼(John T Draper), 존 D 카맥 2세(John D Carmack II), 고든 프렌치(Gordon French)와 프레드 무어(Fred Moore), 브램 코헨(Bram Cohen) 등 IT 업계 거장들과 함께 10대 기술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또 ‘NAE(미국 공학한림원) 멤버’로 선출되는 등 세계가 인정한 컴퓨터 그래픽 및 하드웨어 분야의 권위자다.
그가 이번에 한국을 찾은 까닭은 새로운 컴퓨팅 기술 경향인 ‘CUDA’를 국내 알리기 위해서다. ‘CUDA’(
http://kr.nvidia.com/object/cuda_home_kr.html)란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의 GPU(Graphic Processor Unit) 연산 성능을 활용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C 언어 환경이다. 그래픽 카드에서 화면 표시나 3D 게임연산에 사용되던 핵심 부품이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연구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CUDA는 주로 석유/가스 탐사, 재정 위기관리, 제품 디자인, 의학 이미지, 과학 연구 등 복잡하고 연산 집약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때 GPU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엔비디아는 지난 해 중순 ‘테슬라’와 ‘CUDA’ 등을 통해 GPU를 컴퓨터 게임이나, 영상표시(디스플레이) 등 전통적인 그래픽 전담 연산 과정뿐만 아니라, CPU가 처리하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연산 과정에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커크 박사는 “201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 컴퓨터 5대 중 3대는 GPU 칩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일반인들, CPU는 알아도 GPU는 모른다?”
데이비드 커크 박사는 지난 10일 대전 KAIST, KIST 등서 강연을 한 뒤, 11일에는 연세대학교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를 마친 뒤 조선일보는 커크 박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커크 박사는 “CPU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조차도 잘 인식하고 있지만, GPU의 가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GPU가 없으면 CPU가 얼마나 힘든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전문가들조차 CPU에 많이 익숙해 져 있는 것이 사실이고, GPU의 가치를 인식시키기 쉽지 않다”며 “심지어 일부 CAD 프로그램 사용자들조차도 GPU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 하면 ‘게임’ 하드웨어라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상식을 달리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지포스 256’은 엔비디아가 처음으로 GPU라는 개념을 사용한 제품이다. GPU라는 의미는 곧 반도체 하나에 완벽한 처리 엔진 세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CPU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연산 과정을 이제는 GPU 하드웨어 내에서 완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GPU가 해당 연산을 전담하면 CPU의 부동 소수점 연산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게 된다.
그는 최근 IT 업계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병렬 컴퓨팅 기술과 GPU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멀티플 코어’ ‘멀티플 파이프’ ‘멀티플 스레드’ 등 PC 하드웨어나 PC 운영체제가 병렬 컴퓨팅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GPU 역시 동일한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커크 박사는 “CPU의 속도 향상이 정체를 빚자 멀티코어(다중 연산장치)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3.0GHz에서 6.0GHz으로 성능이 높아지기 쉽지 않듯이, CUDA도 병렬 프로그래밍의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병렬 컴퓨팅에 대해 언급해 왔지만 당시에는 수요가 없었다”며 “5~6년 전부터 병렬 컴퓨팅 논의가 조금씩 진행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패러다임 전환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컴퓨팅 또는 컴퓨터 그래픽의 미래 발전상을 예상해 달라”는 주문에 그는 “GPU가 병렬 컴퓨팅의 핵심이 되고, 성능이 극대화되면 어떤 소프트웨어도 수백 배 빨라지는 효과가 난다”며 “천문학, 지질학 등 과학적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소비자 영역에서도 CPU만으로 처리가 어렵거나 힘든 작업들이 비약적으로 향상 된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비디오 트랜스코딩(HD 영화 등)이나 이미지 처리 기술 등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이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매년 GPU 성능이 두 배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휴대 기기부터 슈퍼컴퓨터까지 모든 영역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의 GPU 기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라고 묻자 그는 “많은 한국인 개발자들이 열정적으로 이해하고, 수준 높은 질문도 많아서 인상적 이었다”며 “CUDA 개발을 선도하는데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일부 대학원에서는 컴퓨터공학 과정에서 CUDA를 가르치고 있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엔비디아’라는 기업의 가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구글보다 무서운 기업’, ‘6개월마다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회사’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그는 “시장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항상 좋은 위치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다만 사내에서 열정이 많아 고난들을 극복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TNT2와 지포스 시리즈가 엔비디아 기술 전환점”
커크 박사는 1997년에 엔비디아에 입사했지만, 실제로 1996년부터 컨설턴트로 엔비디아와 함께 일해 왔다. 그 스스로가 이미 그래픽카드 역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비디아가 리바(RIVA) 128, TNT 시리즈를 내 놓을 때를 추억해 달라”는 주문에 그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뒤 “모든 회사들은 같은 꿈을 꿨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여 개 그래픽카드 회사들이 난립하던 시절에는 모두가 3D 그래픽을 데스크톱으로 옮겨가기 위해 노력했다”며 “당시 모든 회사가 성공한 것은 아닌데, 이는 한두 개 제품을 내 놓은 뒤 계속 출시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엔비디아는 리바 시리즈를 시작으로 매 6개월 마다 새 제품을 내 놓으면서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았다는 평가다. 이어 출시된 ‘G포스’ 시리즈는 3D를 대부분의 개인용 컴퓨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회사가 없어졌지만 당시 핵심 기술들은 남아 있다고 본다”며 “당시 활동했던 업계 전문가들이 엔비디아로 넘어 왔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후반은 그래픽카드 기술의 군웅할거 시대였다. ‘Eteng, 3Dfx, 3DLabs, ATi, BitBoys, Gigapixel, Intel, Neomagic, PowerVR, Matrox, Rendition, S3, SiS, Trident, Tseng Labs’ 등 지금 들으면 이름도 생소한 회사들이 자사만의 독특한 기술을 채택한 그래픽카드 기술을 잇달아 내 놓았다.
1995년 엔비디아는 첫 칩셋인 NV1을 채택한 다이아몬드 에지 3D(Diamond Edge 3D board)를 비롯해, 리바 128이라고 불리는 NV3 칩셋을 1997년 8월에 발표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다이렉트X 기반의 환경에서는 부두보다 나은 성능을 보여 주었고, 640×480이상의 고해상도에서 필요한 대용량 텍스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많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당시 업계 최고는 여전히 3Dfx 부두 시리즈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자체 API인 글라이드(GLIDE)모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부두3와 부두 5가 예상 밖의 저조한 기술을 선보이며 뒤처졌고, 시장은 엔비디아와 ATi가 경쟁하는 시장 상황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2000년 말에 엔비디아가 1억1200만 달러에 3Dfx를 인수하자 그래픽 카드 업계에는 경쟁적으로 인수 바람이 불며 급격하게 재편됐다. 최근 ATi는 AMD에 인수되면서 시장은 엔비디아와 AMD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커크 박사는 “당시 부두 2를 두 개 연결해 성능을 배가시키는 ‘부두 2 SLI’가 지금의 엔비디아 SLI 기술의 근간이 됐다”고 지적했다.
커크 박사가 지난 10년 동안 내놓은 엔비디아 기술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것으로 어떤 것을 꼽을까.
“지금의 엔비디아가 있기까지에는 두 가지 터닝포인트(전환점)가 있었습니다. 렌더링 파이프라인이 2개로 멀티코어 기술의 근간을 이룬 ‘TNT2’와 하드웨어적으로 파이프라인 프로그래밍이 가능해 CUDA 기술의 기반이 된 ‘G포스(Geforce)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지오메트리 및 픽셀 코드 설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변화다. 게임 개발자들이 기본적인 랜더러와 개발 도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GPU 발전의 새로운 획을 긋는 순간이다.
그는 ATi가 AMD에 인수되면서 주요 장치들의 ‘통합’이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CPU와 GPU의 통합은 매우 흥미롭다. 통합은 기술의 종착역이다. ‘솔루션’을 저렴하게 만드는데 좋다”고 말했다. DVD 플레이어의 경우 초기에는 다양한 칩세트를 넣었는데, 이제는 칩 하나로도 DVD 플레이어를 만들 수 있게 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통합은 기술적인 차별화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며 “보급형 시장에서 차별화가 안 된다면 통합의 의미는 없다. 분업을 통해 각 분야에 맞춰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커크 박사는 인터뷰 마지막에서 GPU 기술 연구를 꿈꾸는 후배 개발자들에게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꿈을 크게 가져라. 힘들거나 불가능한 일 일수록 큰 가치가 있다”며 “포기하지 말고 긍정적인 자세로 문제를 헤쳐 나가라”고 당부했다.

[인터넷뉴스부 서명덕 기자]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한방 찍었습니다. 2002년 방한 때에도 행사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The honor is mine!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에 경품받고 환호하시던 분이 가장 인상깊더라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