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02
[세계포럼]노인학대가 판치는 나라 붐비는 지하철 전기계단 위에서 갑자기 소동이 일어났다. 웬 고교생과 노인과의 싸움이어서 사람들의 눈과 귀가 모두 그쪽으로 돌아갔다. 다리가 불편한지 달팽이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노인의 뒤에서 마음이 조급한 청소년 셋 중 한 명이 상스러운 욕을 한 게 발단이었다.
노인은 분을 못 참고 아이와 부모까지 싸잡아 비난했고 아이는 욕먹는 데 익숙지 않은 ‘짱’인지 더 식식거리며 입에 못 담을 욕을 해댔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험악해지자 두 친구가 노인에게 대충 사과하고 욕하는 입을 끌고 사라졌다. 어떤 싸움에든 “네 나이가 몇살이냐?”가 무기로 등장하는 세계 유일한 나라 한국. 노인도 전통을 지켜 마지막 직격탄을 날렸다. “야, 니들도 늙어봐라!”
그렇다. 우리 모두는 늙는다. 전통적인 유교사회의 ‘어른대접’이 전멸한 지금, 한국 사회는 노령화와 인구 감소가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면서 장래 노인들의 험난한 삶이 예고되고 있다. 앞으로 13년이면 65세 인구비율이 14%가 넘는 고령사회, 2026년이면 노인인구가 1000만명(20%)을 돌파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문제는 그 진입속도가 너무도 빨라 현재는 65세 노인 한 명을 생산가능인구(15∼64세) 8명이 부양하고 있지만 2050년엔 1.4명이 부양하게 된다는 데 있다. 준비가 전무한 상태에서 국가의 성장잠재력 추락은 물론, 국가 전체의 ‘조로(早老)현상이 올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회 내부로부터 무너져 내리는 윤리의식과 가족해체의 결과로 노인학대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천주교 의 ‘노인학대상담소’가 올들어 서울시립 노인학대예방센터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노인학대 신고·상담 긴급전화(1389)까지 생겼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인학대 현황을 국가가 공인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전국에 16개 상담소로는 태부족이다.
지난달 걸려온 상담전화 58건 중 25건이 여러 자녀를 두고도 부양은커녕 연락마저 끊긴 노인들이 무료급식소를 떠돌다 못해 걸어온 전화였다고 한다. 자신 소유의 유일한 재산인 집이 자녀에게 넘어간 걸 따지다 폭행까지 당한 팔순 할머니 등 자식이 휘두르는 물리적 폭력에 시달리는 노인들을 위한 ‘긴급피난처’가 겨우 3평 규모라는 것도 기가 막힌다.
유난스러운 자식사랑 탓에 모든 것을 자식을 위해 바친 노인들이 함께 살더라도 부모를 구박하기 일쑤인 언어폭력, 끼니를 이을 최소한의 생활비조차 주지 않는 ‘경제학대’에 지금도 시달리는 판에 초고령사회에 급속 진입한다는 건 대재앙을 향해 치닫는 꼴이다.
하소연할 곳도 없는 쪽방 노인들, 치매에 걸려 지방 수용시설에 버려지거나 ‘자식을 생각해서’ 자살까지 서슴지 않는 노인들의 급증은 국가적 대책이 얼마나 화급한지를 말해준다.
요즘 중년을 넘긴 여성들의 모임에선 ‘늙은 엄마가 죽는 네가지 방법’이 화제다. 첫째, 딸 둘이 있는 엄마는 부엌 싱크대 앞에서 외손자를 업고 고무장갑을 낀 채 서서 죽는다. ‘죽어도’ 해줘야 할 일이 끝도 없어서다. 둘째, 아들만 둘 있는 엄마는 거부하는 두 아들집 사이를 왕복하다 길에서 죽는다.
셋째,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엄마는 크고 좋은 병원 문 밖에서 죽는다. 딸은 아들에게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가라’고 닦달하지만 돈은 내지 않고, 아들은 문턱까지 모시고 간 걸로 의무를 끝내서다. 넷째, 아들 또는 딸 하나만 둔 엄마는 뒷방이나 지하실에서 죽는다. 달리 갈 데가 없어서다.
이런 얘기가 변호사, 의사, 대학학장 등 전문직 지식인 여성모임에서도 나올 정도니 한국은 ‘노후가 두려운 나라’임이 분명하다. 저출산, 인구감소까지 예고되는 판에 노인이 되면 전문성도 탈색되고 오직 부양할 짐덩이며 학대의 대상이 되는 나라의 장래는 없다.
해결책은 연령차별 철폐와 사회 전반의 의식 변화, 노인인력을 생산인력으로 전환하는 ‘한국형 노인복지 모델’의 창출이다. 그 준비와 실행은 빠를수록 좋다.
세계일보 차미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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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자 세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차논설위원의 글입니다. 제가 차위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서 세계일보서 옮겨온 글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들이 보아온 것처럼 기성세대들의 문제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게다가 '젊은 세대가 당연히 양보해야 한다' 거나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에게 무조건 잘해야지' 식으로 앞뒤 가리지 않은 막무가내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요즘 세대는 기성세대의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기성 세대도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구요. 위 글을 보면서 기성세대의 입장을 늘 염두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상대성을 인정하자... 제가 늘 신념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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