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이 오늘 새벽에 쏜 아래 기사(온라인판인 것으로 추정, 설마 신문에서 삽질을 했을라구...)에서 사고가 크게 났나 봅니다. 공정택이 당선됐다고 결과까지 나왔는데 새벽 3시 경 주경복이 당선됐다고 기사를 내 보낸 겁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기사 링크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8&aid=0001961045
30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특목고·자사고 확대 반대와 ‘4·15 학교 자율화’ 반대, ‘차별 없는 교육’ 등을 내세운 주경복 후보가, 학력 신장과 수월성 교육을 주장한 공정택 현 교육감을 누르고 당선됨에 따라 서울 교육정책은 큰 폭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미친 교육’에 대한 심판을 전면에 내걸고 당선된 주 후보가 이끄는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 사이에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후략>
당소 이렇게 시작되며 주경복 당선을 전제로 기사를 작성했지만...
30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현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한 데는 ‘현직 프리미엄’과 선거전 중반 이후 형성된 ‘전교조 대 반 전교조’ 대결 구도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또 1년10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교육정책이 급격히 바뀔 경우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불안심리가 ‘표심’을 현 교육감인 공 후보로 향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략>
오늘 아침에 기사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이건 보수나 진보의 문제가 아닙니다. 언론사에서 6년여 동안 종사한 경험으로 볼 때 누가 봐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 같은 사고입니다. 물론 언론사가 오보는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기사도 수정한 뒤 사과하면 됩니다. 그 만큼 쪽팔리면 됩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차원이 다르죠. 미리 써 놓은 기사를 아무 생각 없이 포털에 송출했다는 것만으로도 전대미문의 사건입니다. 하다못해 경기 결과 중 숫자 하나를 오보내거나 로또 번호 하나를 잘못 내보내도 언론사 전화통에 불이 나는데, 이렇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결론’부터 뒤집어 버린 뒤 아침까지 방치했으니 백번 사죄해도 모자랍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언론사 시스템의 사고가 '리얼타임'이 아니라 '데일리 퍼블리싱' 기준으로 굳어져 있다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제가 기자로서 가장 싫었던 행위가 기사를 미리 써 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사건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내일 아침 상황을 미리 예견해서 운영해야 하는 언론사 운영 방식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어떻게 사건이 발생한 뒤의 변수나 반응에 대해 미리 예견해 주제(야마)를 잡고 덤빈단 말입니까. 네, 역설적으로 정치 기사니까 얼마든지 가능할런지도 모르겠네요.ㅋㅋㅋ 얼마든지 기자 개인의 생각으로 예측은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속으로 얼마나 불편한 생각이 들던지. 드러난 ‘사실(팩트)’을 의미 있게 나열할 수 있는 객관화 능력이 기자의 가장 주요한 작업이어야 합니다. ‘추측’이 아닙니다. 조중동이 욕먹고, PD수첩이 공격당하는 이유가 주제(야마)대로 짜 맞췄다는 지적 때문 아닙니까? 한겨레 오보 역시 단순 실수를 넘어 이런 오해를 받기 충분한 것이죠.
물론, 언론사들이 미리 기사를 마련하더라도 용인이 되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양쪽의 경우의 수를 모두 대비해야 할 때에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월드컵의 경우 신문을 제작하는 시간에 임박하면 승리할 때와 질 때를 각각 가정해 나눠 기사를 동시에 쓰게 합니다. 경기 결과에 따라서 한쪽 기사만 채택하는 것이죠.
물론, 이번 투표도 마찬가지입니다. 밤늦게 개표 결과가 나왔으니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생각해서 대비해야겠지요. 다만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쳐야지,(A가 B를 눌렀다 정도) 이긴 뒤 또는 진 뒤의 분석까지 소설을 써서는 안 됩니다. 그건 아침부터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기자들이 분초를 다퉈 지면을 메워야 하는 데스크로부터 '해설'이 아닌 입맛에 맞는 '소설'을 쓰도록 강요받습니다. 결국 결과도 없는 상황에서 읽으나 마나한 소설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한겨레는 게다가 잘못된 기사를 올리는 오류까지 범했습니다. 기성 매체들이 콘텐츠를 제작해 뿌리는 생각의 형태를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한겨레는 결국 기사 하단에 ‘사과드립니다’라는 글 하나로 논란을 해명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도 기사를 미리 써 놓은 상황에 대해 시인했습니다. 한겨레는 “공정택 후보와 주경복 후보가 당선될 경우를 각각 미리 써서 대비했습니다. 그런데 편집자의 착오로 공정택 당선자의 기사에 주경복 후보의 기사를 잘못 붙여 넣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네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와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인터넷 한겨레> 홈페이지에 오늘 새벽 3시 쯤부터 아침 7시 30분까지 톱 뉴스에 딸려 실린 ‘공정택 당선 이후-고교선택제·영어 몰입교육 등 확산될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주경복 후보의 내용이 잘못 들어가는 큰 실수가 있었습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막판까지 1%p 차이로 박빙이었고, 아침에 배달하는 신문 마감시간이 빠듯해, 공정택 후보와 주경복 후보가 당선될 경우를 각각 미리 써서 대비했습니다. 그런데 편집자의 착오로 공정택 당선자의 기사에 주경복 후보의 기사를 잘못 붙여 넣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하지 못하고 4시간여 동안 잘못된 기사가 홈페이지에 걸려 있었던 점에 대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와 독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앞서 지적한 한겨레신문의 두 가지 버전 기사를 보면, 한겨레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여론을 이끌어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수가 아닌 사고의 커밍아웃을 해 버린 상황이라고 할까요. 이런 멍청한 실수를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되겠지요. 더 잘해서 소수의 편에 더 많이 서야 할 당위성이 있는 진보 매체들, 제발 꼬투리 집힐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공정택 당선이라... 한국 교육은 뭔가 참 답답하네요. 또 한번 혼란이 있겠군요.
아래는 오보가 발생한 기사의 수정 전 화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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