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오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주최한 ‘온라인콘텐츠 거래인증제도 설명회’에서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서명덕 기자
<하>거래인증 제도 의무도입 하게 될까
거래인증제도 설명회 개최…업체끼리 이견 첨예
“중복투자”“비용 전가”“실효 의문” 비판 쏟아져
“신뢰도-투명도 제고 위해 의무도입 고려” 반박
해당 기획기사는 <상>디지털 콘텐츠, 소비자 지갑은 봉?에서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 17층에서 ‘온라인콘텐츠 거래인증제도 설명회’를 개최했다.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DC) 거래의 빈틈을 막기 위해 거래 인증 제도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주요 대형 온라인 서비스 업체 관계자들과 민관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한국소비자연맹이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전국 180개 소비자단체의 상담 창구에 접수된 온라인콘텐츠 소비자피해 관련 상담 건수는 7252건이다.
이 기간 동안 접수된 피해 금액은 모두 41억 8252만원이다. 그러나 피해를 당하고도 소비자단체에 처리를 의뢰하는 소비자가 4.9%임을 감안할 때 해당 기간 총 피해금액은 85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중 거래인증제도로 구제될 수 있는 피해건수는 전체의 29.2%인 249억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많은 사이버머니가 ‘거래 증빙’조차 못해 콘텐츠 매매 단계에서 억울하게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국내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매출 규모는 2001년 2조8722억 원을 기록한 이후, 2006년에 9조 597억 원을 기록했다. 연 평균 25.8%라는 높은 성장률이 계속된 탓이다. 성장률은 과거에 비해서는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매출 규모는 9조원을 돌파하며 ‘10조’ 진입에 임박했다.

◆문체부 “온라인 콘텐츠 거래, 이젠 투명해져야”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함께 고민하고 있는 제도가 ‘디지털 온라인 콘텐츠 거래인증 제도(이하 거래인증 제도)’다. 거래인증 제도란 소비자-온라인서비스제공업체(OSP)-콘텐츠제공자(CP) 사이의 콘텐츠 거래 사실을 또 다른 신뢰 기관이 거래사실을 인정 및 확인해 주는 방식을 말한다. 거래인증기관이 거래 과정에 확인을 해 주게 되면 판매수량 및 관련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CP와 OSP 사이의 분쟁을 막고, 거래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은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이 제도는 온라인상에서 콘텐츠 거래는 소액결제가 많다는 특성 때문에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등 기존 법제도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특화된 소비자보호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거래인증 제도 설명회를 개최한 뒤, 같은 해 12월 1호 인증기관(한국정보인증, http://www.signgate.com)을 지정하고, 지난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날 자료 발표에서 “거래인증 제도 활성화를 위해 뭔가 구체적인 안이 나온 건 아니다”며 “유사 시스템으로 현재 테스트 단계이며, 관련 업계들의 부분 의무화 역시 확정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부분 의무화를 법제화 한다면) 당연히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부분 의무화가 이뤄지면 거래인증 사업자의 조세감면 및 현금영수증 시스템 도입 등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전문가들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업체 부담”
이날 행사에는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 판도라TV, 프루나, 내셔널그리드, 이노디스, 클레버비즈, 토이소프트, 이지원, 한국전자거래진흥원, 다산정보통신, 스타뱅크, 에어패스, 마이크로소프트, 씨네로닷컴, 윈디소프트, 프리진, 네오위즈, 인티큐브, 씨알스페이스, 다음커뮤니케이션즈, NHN,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온라인 기업들이 사실상 대부분 참석했다. 온라인 사업을 하는 기업 중에 소비자들과 디지털 온라인 콘텐츠 거래를 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의견과 함께 보완해야 할 문제점을 쏟아냈다. 부분 의무화가 되면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결국 해당 비용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중소 콘텐츠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고, 일부 업계에서는 이미 효과적으로 콘텐츠 거래를 관리하고 있는데, 결국 ‘이중 규제’를 할 속셈이 아닌가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NHN관계자는 “제도 취재나 효과를 거론하며 피해 사례를 나열했는데, 거래 사실이 증빙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유관 사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거래인증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콘텐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콘텐츠 거래 과정에서 어떤 피해 사례가 있는지 조사한 것이지, 거래인증을 염두 해 둔 조사는 아니다”며 “다만 매출액 상위 기준으로 잘라 메이저급 회사에만 거래인증 제도를 의무화 할 경우 제도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관련 업계 피해 신고는 콘텐츠 거래 시장에서 하위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체부 관계자 역시 답변에 나선 자리에서 “거래인증 제도는 단순하게 ‘피해구제’를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온라인 콘텐츠의 거래 과정에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취지”라며 “우수한 콘텐츠 기업들이 있고, 이들은 이미 소비자 보호창구를 통해 열심히 하고 있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내부 기준을 적용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업계에 통용되는 기본 준칙을 마련해 보자는 논의에서 출발했다”며 “이렇게 되면 소비자, OSP, CP가 거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 분쟁거래부문 책임자는 “온라인에서 상품을 사고 팔 때는 거래 인증을 하지 않는데, 콘텐츠 사업자는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며 “게다가 문체부가 여러 가지 진흥 조건을 내걸었는데, 바람직한 것인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인증을 통해 거래 서비스 유무의 증명도 중요하지만, 실제 분쟁 상황에서는 피해 발생 상황에 대해 몇 대 몇으로 민사적으로 나누는 것이 더 낫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의무 도입 조항에 대해서는 사실 매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업체들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거나 규제라고 지적하면 사실 이 사업은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 시범 서비스를 해 보니 거래인증기관 비용이 약간 발생하고, 관리 직원과 추가 서버도 필요할 상황이지만, 그러한 비용에 비해서 사회가 투명하게 바뀌는 것이 더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KT 미래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이미 과금 고지서 등 내부적인 거래인증 체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면 당연히 중복 투자”라며 “특히 소규모 사업자들의 경우 투자 규모가 부담스러운 사업자도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거래인증 기관과 유사한 수준이라면 거래인증기관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는 등 추가적인 부담이 없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업체에게 최소 비용이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 활성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게다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체별로 따로 거래 내역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서 결제 내역을 확인해 대응할 수 있다”고 장점을 나열했다.

◆“거래인증, 증빙만 발생할 뿐 법적 강제효과는 없어”
“거래인증 기업을 최초 신청할 때 업체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되는데, 향후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소액결제진흥협회 담당자의 질문에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그것까지는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관계자는 “거래 인증 과정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증빙’만을 발생시킬 수 있고 법적 강제는 어렵다”며 “다만, 소비자 피해가 특정 기업에서 빈번하게 발생할 때 어떤 조치 취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SW저작권비즈니스센터 관계자는 “매우 이상적이긴 하지만, ‘거래인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뒤 “고가의 콘텐츠는 합법적인 콘텐츠가 많지만, 웹하드 등 저가 콘텐츠는 불법 콘텐츠가 많다”고 성토했다.
답변에 나선 문체부 관계자는 “거래인증 제도가 콘텐츠 유통 비즈니스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며 “콘텐츠 제공자와 이용자 간의 내역을 투명하게 하자는 목적이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한 거래 투명도 제고 효과는 너무나 자명하다”고 반박했다.
영화배급협회 관계자가 ‘거래인증’과 ‘저작권 인증’의 연계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현재 부 내부에서 논의 중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않았지만 시스템 상으로는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확정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짧게 답했다.

◆“거래인증, 저작권 시스템과 중복 아닌가” 지적
거래 인증이 기존 저작권 보호 시스템과 중복 투자라는 주장도 나왔다. 올 하반기에 거래 인증과 저작권 인증을 연계할 수도 있다는 제안이 소개된 뒤 나온 쏟아진 질문이었다.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저심위)에서 저작권 거래 보호 라이선스 체계를 이미 구축하고 있는데, 이 역시 중복투자 방지 및 투명도-신뢰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권리인증과 거래인증 두 가지가 맞물려야 하는데, 양쪽 사업이 상당 부분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저심위에서 추진하는 디지털저작권거래소에 콘텐츠를 등록할지, 거래인증제도에 콘텐츠를 연동할 지 혼선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저작권 인증 및 관리에 대한 부문은 OSP와 CP 양자간의 문제”라며 “콘텐츠 거래 인증 제도는 저작권자 입장에서 본 것이 아니라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갔을 때 권리 보호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저작권 관리 시스템과 중복 투자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궁극적으로는 연계가 필요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윈디소프트 관계자는 “단순히 거래를 인증해 주는 것을 넘어서 거랜 인증을 받은 업체를 소비자들이 믿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이나 벤처의 진입장벽이 돼서도 안된다. 특별법을 마련해 비용전가 없이 무료로 깔도록 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시장 진입을 하는 분들에게 거래인증 제도 자체가 부담이 돼서 시장 활성화에 방해가 된다면 제도를 없애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콘텐츠 거래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만큼 거래 투명도 제고를 위해 다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인증 제도가 단순히 ‘증빙’만 해서 무슨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며 “예를 들어 ISO의 경우에도 일부러라도 인증 받으려고 하지 않는가. 우리 사회가 (거래 인증을 통해) 앞으로 그런 식으로 변하길 기대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뉴스부 서명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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