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경제섹션 기획 '얼리어댑터 '면
지면칭찬 릴레이 서명덕 <세계일보 기자>


# 부담스러운 IT, 편집으로 쉽게 풀어냈다

편집에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철학이 있습니다. 읽기 좋은 신문, 즉 명쾌한 편집이 바로 그것입니다. 유능한 편집자는 기사, 이미지, 색, 타이포아트 그리고 여백 등을 지면에 충분히 녹여 그 속에서 또 하나의 의미를 이뤄냅니다. 편집자가 흥분하면 미사여구와 화려한 장식으로 지면이 날뛰고, 구태를 답습하면 건조한 지면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매주 화요일은 천방지축으로 날뛰고 눈이 따갑도록 메마른 제 지면에 생기를 불어넣는 날입니다. 국민일보 경제섹션의 얼리어댑터 면을 보며 편집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국민일보의 e-비즈니스 면이 우수하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얼리어댑터 면은 그 동안 국민일보가 쌓아온 노하우가 명불허전(名不虛傳)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업체서 제공한 보도사진과 그래프, 그리고 주식표에 절은 경제 섹션에 몰고 온 파격 편집은 제 자신의 일주일을 돌아보게 합니다. 얼리어댑터 분야는 어설픈 제품 소개에 그친다면 자칫 홍보 전단지로 전락합니다. 그러나 편집자는 정보 나열식 레이아웃은 자제하고 IT 기사의 감성을 침착하고 잔잔하게 풀어냈습니다. 디지털 분야의 깊은 이해 없이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부분입니다.

# 톡톡 튀는 제목 퍼레이드

체계적인 타이포그래피를 바탕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하게 제목을 풀어낸 편집자의 위트는 짜릿하기까지 합니다. '카메라는 이제 거짓말을 한다?(3월9일자 디지털카메라)' '4월엔 벚꽃 향기도 毒이다?(4월6일자 공기 청정기)' '열려라 참깨… 나만을 위해(5월25일자 디지털 도어록)' '덩칫값 누가?(6월8일자 노트북 키재기)' 등은 제목만 봐도 즐겁습니다. '엉덩이가 활짝 웃었습니다(5월4일자 리컴번트 바이크)'는 유쾌하면서도 번뜩이는 재치가 있어 그 중에 으뜸입니다. 제목 자체가 또 하나의 상큼한 기사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의무감 때문에 만들어낸 억지 부제는 극도로 자제하고 독자 시선을 배려한 친절함이 곳곳에 묻어납니다.

# 트랜드 주도하는 레이아웃

화려하지 않지만 절제된 레이아웃과 군더더기 없는 그래픽에서 편집자의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음악이 나오면 음표를 생각하고, 키재기를 생각하면 줄자가 나오는 진부함을 한 단계 뛰어넘어 이유 있는 이미지로 승화시켰다는 점에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미지 보편성을 앞세우지 않고 지면 곳곳에 숨겨둬 아기자기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기존의 편집 관행보다 파격적이지만 당찬 구성을 통해 보수 독자들이 느끼는 어색함을 확 줄였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제품의 핵심을 날카롭게 짚어주는 레이아웃 또한 제가 얼리어댑터 면의 매력에 푹 빠진 까닭입니다. '따로? 함께!(5월18일자 듀오캠)'이나 '音… 살아있군(6월1일자 베오센터 2)' '폼 잡아 드림(6월15일자 소형 캠코더&헤어 드라이어)' 면은 가려운 부분을 콕콕 찍어 시원한 레이아웃으로 기사 정보를 극대화 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취재기자-그래픽기자와 충분한 교감 없이는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또한 투박한 컬러와 지저분한 디자인을 지양하고 여백을 곳곳에 살려 멋스러움을 더했습니다. '네티즌 감각의 이유 있는 레이아웃'. 얼리어댑터 면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런지요.

실망시키지 않는 편집으로 타사를 자극시키는 국민일보 편집부. 앞으로도 답답한 편집의 여름을 시원하게 날릴 청량제 역할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힘내라, 국민일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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